안녕하세요? 저는 춘천 석사동 안마산에 살고 있는 하늘 다람쥐랍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안마산은 정말 멋진 곳이지요. 봄이면 진달래, 산 벚꽃, 철쭉 등이 활짝 피고, 여름에는 떡갈나무와 소나무들이 푸른빛을 쏟아 내고, 가을이면 색색의 단풍을 뽐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담요처럼 덮어주는 아름다운 산. 저희 하늘다람쥐는 아주 먼 조상부터 이 산에서 살아왔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아서 사람은 가끔씩 볼 수 있는 구경꺼리였데요. 하지만 점점 춘천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안마산에서 사람들을 보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오히려 재미있거든요. 나무위에 앉아 기다리면 아침이면 부지런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동네 할머님들이나 할아버지들께서 아침 운동을 나오신답니다. 낮에는, 근처에 있는 대룡중학교라는 학교에서 똑같은 옷을 맞추어 입은 학생들이 재잘대며 올라온답니다. 하루 동안 보는 사람들 중 가장 시끄럽고 재미있는 아이들이에요. 그리고 저녁때가 되면 엄마손에 이끌려 아이들이 산 주위를 산책하지요.
사람들은 안마산 주위에 아파트도 많이 지었어요. 너무 많이 지어서 무서웠어요. 다른 숲들은 아예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아파트가 들어서며 살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 만큼 저희의 친구들을 잃었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엄청 신기해요. 글쎄 저희에게 천연 기념물 328호 멸종 위기종 2등급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흥! 이 이름의 뜻을 알고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아세요? 저희 친구들을 그 만큼이나 죽여 놓고는 그냥 이름 하나 길게 만들어 붙이는 꼴이라니요! 처음에는 저희 안마산도 아파트 숲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사람들은 그래도 안마산은 지켜주었어요. 그 점에 대하여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런데 이 청천벽력같이 소문은 뭔가요? 저희 안마산에 열병합발전소를 세운데요! 절대 안돼요! 안마산은 춘천사람들의 쉼터일 뿐 아니라, 저희 하늘 다람쥐들과 청설모 그리고 10여의 동물들의 집, 우리의 낙원이에요. 이 아름다운 산이 깎이고 흉물스러운 발전소 건물과 시끄러운 소음, 건강에 나쁜 연기로 둘러싸이게 된다니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이것은 우리 다람쥐들만의 문제가 아니어요. 대룡중학교는 매주 체육시간마다 안마산에 다녀올 정도로 가깝답니다. 아이들은 더운 여름이나 시원한 가을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해요. 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은,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에요. 이 어린 학생들의 건강은 어떻게 하실거죠? 안마산이 좋아 이곳에 살고 있는 주변 시민들의 건강은요? 인권, 인권 하는 나라가 어떻게 시민들의 인권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건가요?
제발 안마산을 내버려두세요. 저희가 너무 큰 것을 바라나요? 발전소를 짓는다면, 저희 하늘다람쥐들은, 사람들이 붙여 놓은 이름처럼 정말 멸종해 버리고 말거에요. 한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아이들과, 저희 동식물과, 이곳 사람들을요.
우리의 안마산을 지켜주세요!
안마산 다람쥐 안규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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